데이터 읽는 법

호가·실거래가·공시가격

집값이 세 개인 이유

호가·실거래가·공시가격 — 집값이 세 개인 이유

요약 같은 집에 가격이 세 개 붙습니다. 호가는 파는 사람이 부르는 값, 실거래가는 실제로 거래된 값, 공시가격은 정부가 세금 매기려고 정한 값입니다. 셋 다 필요한데, 쓰는 곳이 다릅니다.

부동산을 알아보다 보면 같은 집인데 숫자가 계속 다릅니다. 매물 앱에는 10억이라고 떠 있는데, 실거래가를 찾아보면 9억 2천에 팔렸다고 나옵니다. 재산세 고지서를 열어보면 또 6억 5천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뭐가 맞는 건가 싶은데, 셋 다 맞습니다. 목적이 다를 뿐입니다. 어느 것이 진짜 집값이냐를 따지기보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에 맞는 숫자를 고르는 것이 실제로는 더 중요합니다.

한눈에 비교

구분 누가 정하나 언제 나오나 어디에 쓰나
호가 집주인 실시간 매물 탐색, 협상 출발점
실거래가 시장 계약 후 최대 한 달 뒤 시세 판단, 대출 심사
공시가격 정부(국토부) 매년 4월 말 재산세·종부세, 건보료, 각종 복지 기준

1. 호가 — 부르는 값

네이버 부동산, 직방 같은 곳에 뜨는 가격입니다. 집주인이 "이 값에 팔고 싶다"고 내놓은 숫자입니다.

당연히 실제 계약가보다 높습니다. 깎일 걸 감안해서 올려 붙이니까요. 여기에 더해, 호가에는 검증 절차가 없습니다. 실거래가는 신고 의무가 있고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지만, 호가는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올라갑니다. 팔 생각이 별로 없으면서 "이 값이면 판다"는 의미로 높게 걸어둔 매물도 섞여 있습니다.

호가의 진짜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흐름에 있습니다.

  • 호가가 계속 내려간다 → 안 팔리고 있다
  • 매물이 쌓인다 →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
  • 매물이 빠르게 빠진다 → 수요가 붙었다

호가와 실거래가의 격차도 좋은 신호입니다. 격차가 크면 시장이 얼어 있는 것이고, 좁으면 거래가 잘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단지를 6개월 간격으로 봤더니 이렇게 변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시점 최저 호가 최근 실거래가 격차
3월 10억 5,000만원 9억 2,000만원 1억 3,000만원
9월 9억 8,000만원 9억 4,000만원 4,000만원

호가는 내려왔고 실거래가는 올라가서 둘이 가까워졌습니다. 이건 팔려는 쪽이 눈높이를 낮추고 사려는 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 호가만 높고 실제 거래는 안 붙는 상황일 가능성이 큽니다. 거래 건수까지 함께 보는 방법은 거래량이 가격보다 먼저 움직인다에 정리해두었습니다.

2. 실거래가 — 거래된 값

실제로 계약이 체결되고 신고된 가격입니다. 시세를 판단할 때 가장 신뢰할 만한 숫자입니다.

다만 앞선 글들에서 다룬 한계가 있습니다.

  • 신고 기한 30일 때문에 최근 한 달은 비어 있습니다
  • 한 건은 시세가 아닙니다 — 여러 건을 봐야 합니다
  • 층·향·상태에 따라 같은 평형도 편차가 큽니다
  • 계약이 해제된 건도 한동안 화면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은행 대출 심사에서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KB시세나 한국부동산원 시세도 결국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산정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은행이 쓰는 숫자는 내가 계약한 가격이 아니라 시세일 수 있습니다.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면 그 차액만큼은 대출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계약 전에 KB시세나 한국부동산원 시세를 한 번 확인해두시면 자금 계획이 어긋날 일이 줄어듭니다.

3. 공시가격 — 세금 매기는 값

정부가 매년 정하는 과세 기준 가격입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국토교통부가 매년 1월 1일을 기준일로 조사해, 3월에 열람·의견 청취를 거쳐 4월 말에 결정·공시합니다.

2026년의 실제 일정은 이랬습니다.

단계 시기
가격 기준일 2026년 1월 1일
공시가격(안) 열람 및 의견 제출 3월 18일 ~ 4월 6일
결정·공시 4월 30일
이의신청 접수 4월 30일 ~ 5월 29일
이의신청 반영 조정·공시 6월 말

2026년 공시 대상은 전국 약 1,585만 호였고, 열람 기간에 접수된 의견은 약 1만 4천 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903건이 실제로 조정됐습니다. 의견을 낸다고 다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영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는 뜻입니다.

왜 시세보다 낮은가

공시가격은 보통 시세보다 낮게 책정됩니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현실화율이라고 하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조정됩니다.

2026년에는 2025년과 같은 69%의 현실화율이 적용됐습니다. 비율을 그대로 두고 지난 한 해의 시세 변동만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그 결과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13% 상승했고, 지역별로는 서울이 18.60%로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반면 인천(-0.10%), 대전(-1.11%), 광주(-1.27%), 제주(-1.81%)처럼 내려간 지역도 있었습니다. 전국 평균이 올랐다고 내 집 공시가격이 오른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이 비율이 고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책 방향에 따라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합니다. 시세가 그대로여도 현실화율이 바뀌면 세금이 달라집니다.

공시가격이 그대로 세금이 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세율을 바로 곱해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중간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단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과세표준 = 공시가격 × 공정시장가액비율 세금은 이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계산합니다.

주택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6년 기준으로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 43%,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 44%, 6억원 초과 45%가 적용되고, 그 밖의 주택은 60%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공시가격 5억원인 1주택이라면 과세표준은 5억 × 44% = 2억 2,000만원입니다. 공시가격이 5억이라고 해서 5억에 세율을 곱하는 게 아닙니다. 같은 공시가격 5억이어도 1주택이 아니라면 5억 × 60% = 3억원이 과세표준이 되어 부담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공시가격이 오른 비율과 세금이 오른 비율은 같지 않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구간, 각종 공제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공시가격이 영향을 주는 것들

생각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의 재산 점수)
  • 기초연금 수급 자격
  • 각종 복지 제도의 재산 기준
  • 취득세·양도세 일부 계산
  • 상속세·증여세 평가 기준
  • 청약 특별공급의 자산 요건

집을 팔 생각이 없어도 공시가격이 오르면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특히 은퇴 후 소득은 없는데 집 한 채만 있는 경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와 기초연금 수급 여부가 함께 영향을 받아 체감이 큽니다.

이의신청할 수 있습니다

3월 열람 기간에 공시가격을 확인하고, 납득이 안 되면 의견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결정·공시 후에도 일정 기간 이의신청이 가능합니다. 2026년의 경우 4월 30일 공시 후 5월 29일까지가 접수 기간이었습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 우리 집만 유난히 높게 잡혀 있다면 확인해보실 만합니다.

의견이나 이의를 낼 때는 "비싸다"가 아니라 "무엇과 비교해 어긋나 있는지"를 쓰는 것이 핵심입니다.

  •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다른 세대 공시가격과 비교
  • 같은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와 비교
  • 층·향·동 조건이 비슷한 세대인데 차이가 나는 경우
  • 누수, 구조적 하자 등 가치에 영향을 주는 사정이 있는 경우

근거 자료를 함께 첨부하면 검토 과정에서 반영될 여지가 커집니다.

다만 공시가격을 낮추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공시가격은 세금뿐 아니라 각종 자산 기준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작용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금액이 크다면 세무 전문가와 상의하신 뒤 결정하세요.

세 가격의 관계

일반적인 순서는 이렇습니다.

호가  >  실거래가  >  공시가격
10억      9.2억       6.5억

이 순서가 깨지면 뭔가 신호입니다.

  • 호가 < 실거래가: 급매가 나왔거나, 시세가 빠르게 오르는 중
  • 공시가격 > 실거래가: 시세가 급락했는데 공시가격이 못 따라온 상황. 세 부담이 과해지는 구간이라 이의신청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두 번째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공시가격의 기준일이 1월 1일이기 때문입니다. 1월 이후에 시세가 크게 떨어져도 그해 공시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다음 해 공시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하락이 빠른 시기에는 이 시차가 그대로 세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가격을 언제 볼까

상황 볼 가격
매물 찾을 때 호가
적정가 판단할 때 실거래가
협상할 때 호가와 실거래가의 격차
대출 한도 볼 때 실거래가 기준 시세
세금 계산할 때 공시가격
청약 자산 요건 볼 때 공시가격
건강보험료 예상할 때 공시가격
상속·증여 계획 세울 때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둘 다

마지막 줄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면, 상속·증여 재산 평가는 원칙적으로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 공시가격 같은 보충적 방법을 씁니다. 같은 단지에 최근 거래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평가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금액이 큰 사안이라면 반드시 세무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는 게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시가격은 어디서 확인하나요?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realtyprice.kr)에서 주소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무료입니다. 과거 연도 공시가격도 함께 조회되므로, 우리 집이 몇 년간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Q. KB시세는 뭔가요? KB국민은행이 산정해 발표하는 시세입니다. 실거래가와 호가, 중개업소 조사를 종합해 만듭니다. 은행 대출 한도 산정에 널리 쓰입니다. 일반평균가, 상위평균가, 하위평균가로 나뉘어 제공되는데, 대출 심사에서 어느 값을 쓰는지는 상품에 따라 다릅니다.

Q. 공시가격이 오르면 무조건 세금이 늘어나나요? 대체로 그렇지만 항상은 아닙니다. 세율, 공정시장가액비율, 각종 공제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1세대 1주택자에게는 별도 공제가 적용됩니다. 세부담 상한 제도도 있어서 전년 대비 일정 비율을 넘는 증가분은 제한됩니다.

Q. 호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얼마면 정상인가요?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시장이 활발할 땐 격차가 좁고, 침체기에는 벌어집니다. 같은 단지에서 시간에 따라 격차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시는 게 더 유용합니다. 절대값보다 방향이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Q. 공시가격으로 시세를 역산할 수 있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현실화율은 전체 평균을 놓고 정하는 비율이라 개별 단지나 세대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같은 69%를 적용해도 단지마다 실제 시세 대비 비율은 제각각입니다. 시세는 실거래가로 보세요.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참고용 정보이며,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세액은 세무 전문가나 관할 세무서에 확인하세요.